2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이 있던 아크로비스타 앞 서초중앙로는 평소와 달리 삼엄한 분위기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교대역까지 약 500m 구간에 경찰 버스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방패를 든 경찰관들이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자신이 살던 아크로비스타 건너편 서울중앙지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첫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이례적인 경비 강화에 불편함을 토로하며 “이게 또 무슨 일이야”, “대통령 온다고 또 시위하나 보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같은 주민이라서 좋을 것도 없고, 이제는 피곤하다”
윤 대통령과 같은 단지에 산다는 사실에 피로감을 내비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아크로비스타 출입구에서 일행과 함께 나오던 신 모 씨(48)는 “같은 곳에 사는 이웃이 잘되면 좋은 일이지만, 이제는 대통령과 같이 언급되는 것도 싫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우리 집도 보수 성향이지만 계엄 선포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한 심정을 덧붙였다.
단지 내부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이 모 씨 역시 “윤 대통령이 여기서 나왔다는 게 한때는 자랑이었지만, 그 이후로는 피곤함만 남았다”며 “본인이 판단을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책임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아이들도 무서워해…재판 계속되면 불편은 ‘일상’ 된다
윤 대통령의 재판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주민들의 불편함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초등학생 두 딸과 산책 중이던 주민 A 씨(43)는 “하필 대통령이 여기 살다가 여기(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으니 이 동네가 조용할 날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집회가 열릴 때마다 도로가 막히고, 경찰이 몰려오니 아이들도 분위기가 무섭다고 느낀다”며 “같은 주민이라는 생각보다는, 계엄 선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은 말을 아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한 60대 주민은 “할 말 없다”, “괜히 이야기했다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13분 만에 끝난 첫 공판…헌법재판소로 이동한 윤 대통령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오전 10시부터 약 13분간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1심 첫 공판준비기일과 구속취소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재판은 약 1시간 10분 만에 종료됐으며, 윤 대통령은 재판을 마친 뒤 곧바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이동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게 현실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이웃 주민들까지 피곤하게 만드는 상황,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다”, “아이들까지 불안해한다니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