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신고 건수가 지난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실제 법 위반으로 인정된 비율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형사 처벌이 필요한 수준으로 판단돼 기소까지 이뤄진 사례는 0.9%에 그치면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 제도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만2253건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중 실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24건(1.9%), 기소까지 이어진 건수는 117건(0.9%)로 나타났다.
고용부 조사 과정에서 '법 위반 없음'으로 판정된 사례는 7161건(60.9%)에 달했고, '신고 취하' 역시 3132건(26.5%)으로 전년도(2301건) 대비 급증했다. 사실상 신고된 사건 10건 중 9건은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셈이다.
허위·과장 신고 늘어나나? "진짜 피해자는 외면받아"
직장 내 괴롭힘을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일부 허위·과장 신고가 행정력을 낭비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근로감독관은 "직장 내 갈등이 생기면 일단 신고했다가 나중에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며, "취하된 사건도 똑같이 조사해야 해 행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정의가 구체적이지 않아, 단 한 차례의 감정적인 말싸움까지도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장난처럼 남발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 같다", "괴롭힘이 맞다면 끝까지 가야지, 도대체 신고했다가 취하하는 건 뭐냐?", "법을 남용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신고 건수가 이렇게 많은데 기소율이 1%도 안 된다는 게 더 심각한 거 아님?"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오요안나 사건이 드러낸 제도 허점
현재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가 실제 피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에 대한 괴롭힘 논란이 불거진 MBC의 경우, 고용부에 공식 접수된 신고는 2건에 불과했지만, 사내 조사를 통해 확인된 괴롭힘 신고는 무려 17건에 달했다.
이는 기업 내부적으로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공식적으로 고용부에 신고되는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고용부 외에도 피해자가 신속하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투트랙 개선 시급하다"
이에 국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위상 의원은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건을 통해 현재 제도의 한계가 명확해졌다"며, "진짜 피해자는 더 두텁게 보호하고, 허위·과장 신고로 인한 행정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투트랙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도 개선 논의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법 개정 ▲신고 후 취하 시에도 일정 기간 조사를 지속하는 방안 ▲피해자가 고용부 외 다른 기관에도 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 트랙 신설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단순한 갈등 해소 수단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