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 믿었다가 ‘신분증 지옥’… 70억 명의도용 대출 사기 터졌다

직장 동료를 믿고 신분증을 빌려줬다가 수십억 원의 대출 빚을 떠안게 된 충격적인 명의도용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최근 ‘투자를 명목으로 한 직장 내 명의도용 대출사기’가 적발됐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평소 ‘투자의 귀재’로 불릴 정도로 높은 수익을 안겨줬던 동료였기에 별 의심 없이 신분증을 넘겼다. 하지만 이 믿음이 ‘빚 폭탄’으로 돌아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분증과 위임장을 넘기면 본인이 모르는 사이 대출, 휴대폰 개통, 공공기관 문서 발급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며 “고수익을 보장하며 신분증을 요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매 자금 필요하다"며 신분증 요구… 알고 보니 대출 사기

충북 청주시의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A씨는 2020년부터 2023년 12월까지 직장 동료 30여 명을 속여 총 70억 원을 가로챘다.

A씨는 처음에는 동료들에게 투자를 받아 실제로 높은 수익을 돌려주면서 ‘투자 고수’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던 중 그는 “부동산 경매 입찰에 사용하겠다”며 신분증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A씨의 진짜 목적은 달랐다. 그는 동료들의 명의로 몰래 휴대폰을 개통하고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았다.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6억 원까지 피해 금액이 발생했으며, 이 모든 돈은 A씨가 가로챘다. 심지어 그는 추가 피해자를 모집하며 빼돌린 돈을 사치품 구입과 생활비로 사용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동료 믿었다가 인생 망가지는 거 한순간이네”, “신분증은 가족한테도 함부로 빌려주면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은 가석방 없이 끝까지 갚게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연체 통보서 받고 알았다… 피해자들 ‘멘붕’

A씨의 범행이 드러난 건 지난해 10월. 피해자 중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대출이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연체 지급 명령 우편물을 받은 피해자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고, 세종경찰청은 지난달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은 명의도용 사기에 대한 경고를 강화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관련 사고 사례를 전파하고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분증과 위임장을 함께 넘기면, 이를 악용해 금융사기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사기 범죄가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며 “신분증, 인감증명서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사람을 무조건 의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