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맞물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광물 지분 50%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수천억 달러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보상으로 희토류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투기, 미사일, 레이더 등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으로,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의 70% 이상이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미국은 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희토류 절반에 대한 소유권을 명시한 협약서 초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안보 보장 없이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민 시대식 협상"… 젤렌스키 강력 반발
우크라이나의 한 전직 관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협정안은 마치 식민 시대에서나 볼 법한 제안”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수천억 달러를 지원했고, 그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21조 원)어치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희토류를 갖기를 원한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희토류 개발권을 공유할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희토류 절반을 ‘소유권’의 형태로 넘기라는 요구는 예상치 못한 조건이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조건 중 ‘광물 개발권 분쟁 시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패싱? "희토류는 국민의 자산" 젤렌스키 반격
15일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희토류는 우리 국민의 자산이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희토류 개발에 유럽 국가들도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이 안보 지원을 명분으로 독점적인 이권을 챙기려는 움직임에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미국과 유럽이 연합해 군사 지원을 해온 만큼, 미국만 희토류 지분을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는 최근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돈으로 사겠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그린란드 역시 세계에서 가장 희토류가 풍부한 지역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동맹국을 상대로 경제적 압박을 가해 자원을 확보하려 한다”며 이를 ‘트럼프식 거래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조폭식 외교’ 논란… 동맹국까지 거래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요구는 국제사회에서 ‘조폭식 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동맹국을 경제적 압박 대상으로 삼아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자유주의 동맹에 대한 안보 지원조차 상납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요하는 등 경제적 논리를 앞세운 외교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희토류 요구는 안보 문제를 넘어 미국이 동맹국의 자원을 직접 ‘거래’하려 한다는 점에서 국제적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