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업체에 문제 팔아 213억 챙긴 교사들 .. 학부모 '분노'

 공립·사립 교사 249명이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팔아넘기고 총 213억 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까지 속여 수능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이 18일 발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사 249명이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문항을 판매해 받은 돈이 212억9000만원에 달했다. 교사 1인당 평균 8500만원을 받은 셈이다.

문항 거래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경기 지역의 거래 금액만 198억8000만원으로 전체의 93.4%를 차지했다. 특히 대형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목동 등의 교사들이 문항 판매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 주요 과목 대거 포함, 조직적인 문항 거래 정황

거래된 문항 중 가장 많았던 과목은 과학(66억2000만원), 수학(57억1000만원)으로, 수능 주요 과목이 포함돼 있었다. 이어 사회(37억7000만원), 영어(31억원), 국어(20억8000만원) 순이었다.

사교육 업체의 문항제작팀이나 강사가 EBS 교재 집필진 명단을 참고해 출제 능력이 있는 교사를 접촉했고, 학연·인맥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문항 거래가 이뤄졌다. 단가는 문제의 유형과 난이도에 따라 차등 책정됐으며, 계약은 대부분 구두로 이뤄졌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교사가 아니라 브로커네”, “우리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이 사교육 장사나 하고 있었네”, “수능 공정성 믿을 수 있겠냐”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수능·모의고사 출제위원도 속였다

특히 문항 거래 사실을 숨기고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사들도 적발됐다. 이들 중 4명은 5000만원 이상의 문항 거래 이력을 숨긴 채 출제위원으로 참여했으며, 5000만원 미만의 문항 거래 후 출제위원으로 들어간 교사는 12명에 달했다.


고등학교 교사 A씨는 2015년부터 모의고사 문항을 판매하며 6억1000만원을 벌었고, 이후 사교육 업체의 요청을 받아 직접 문항 제작팀까지 꾸려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 경력이 있는 다른 교사들을 끌어들였다.

B씨는 출제·검토위원 경력을 이용해 8명의 교사를 섭외해 2000개의 문항을 제작, 사교육 업체에 판매해 6억6000만원을 챙겼다. 일부는 배우자의 계좌로 돈을 받으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C씨의 경우 아예 배우자가 문항공급업체를 설립해 현직 교사 36명이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었고, 해당 업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C씨는 여기서만 3억원을 챙겼다.


감사원은 비위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한 공립교사 8명, 사립교사 21명 등 총 29명에 대해 관할 시도교육청에 징계를 요구했다. 나머지 220명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64조 및 청탁금지법 8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교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