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 포함된 화학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의 수치가 높으면 방광암과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우리나라 수돗물의 THM 최대 허용 농도가 미국 기준보다 높아, 규제 강화와 수질 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미국, 유럽, 대만에서 약 10만 명의 수돗물 음용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24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해 THM 수치와 14가지 암 발병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보건 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게재됐다.
분석에 따르면, THM 농도가 미국의 최대 허용 기준인 80ppb(10억 분의 80) 수준일 때 방광암과 대장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수돗물의 THM 최대 허용 농도는 100ppb(0.1㎎/ℓ)로, 미국보다 20ppb나 높아 안전성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THM이 많이 포함된 수돗물을 마신 그룹은 적게 마신 그룹에 비해 방광암 발병 위험이 최대 33% 높았으며, THM 수치가 10ppb 증가할 때마다 위험이 8%씩 상승했다. 대장암 발병 위험은 15% 증가했으며, 특히 남성에서 그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THM 노출은 자궁내막암과 악성 흑색종(멜라노마) 발병 위험과도 관련성이 있었다. 다만, 췌장암, 신장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혈액암 등과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매일 마시는 수돗물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니 충격이다”, “미국 기준보다 높다는 건 문제 아닌가?”, “가정용 정수기 필터라도 꼭 써야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방광암과 관련된 THM의 ‘임계치’를 리터당 40ppb로 제시했다. THM 농도가 41ppb 이상일 때부터 유의미한 발병 위험 증가가 관찰됐으며, 연구진은 40ppb 이하일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국내 수돗물의 최대 허용치는 100ppb로, 이는 안전선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작업그룹(EWG)’은 THM의 안전 수치를 리터당 0.15ppb로 제시했는데, 이는 국내 기준의 66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50세 이하에서 발병하는 ‘젊은 대장암’이 급증하고 있는데, 초가공 식품과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와 함께 수돗물의 THM 노출 역시 발병 요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THM 노출을 줄이기 위해 활성탄 필터가 장착된 정수기 사용을 권장했으며, THM이 쉽게 증발하는 특성을 고려해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수돗물의 안전성 논란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국내 수질 기준을 국제적 수준에 맞춰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HM과 암 발병 간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정부 차원의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