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촌캉스(촌+바캉스)’ 열풍이 불며 한적한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지방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 문제가 여행객들의 큰 불만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택시 회사에 경고 공문까지 보냈다고 밝혀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239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박재한·38)도 최근 이러한 경험을 공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 7일 유튜브 영상에서 충주시청 홍보 담당 김선태 주무관, 우간다 출신 안토니와 함께한 경주 여행을 소개했다. 영상 속에서 이들은 경주역에서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에 탑승했지만, 기사로부터 난폭 운전과 경적 세례를 받았다.
빠니보틀은 “내리자마자 하고 싶은 말은, 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냐는 것”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냈고, 김 주무관도 “너무 공격적이지 않냐”라고 동조했다.
이처럼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이 단순한 개인 경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단거리 손님일 경우 불친절함이 더 심하다는 의견이 많다.
“5000원 거리면 욕먹어야 하나요?”… 여행객들 분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지방 택시를 향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최근 한 이용자는 ‘지방에서 택시 5000원 거리면 욕 듣는 게 일반적이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공감을 얻었다. 그는 “서원주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5000원이 나오자 기사님이 ‘이 정도는 걸어 다녀라’고 했다”며 “네이버 지도 기준 걸어서 55분 거리라 택시를 탄 건데, 도대체 얼마 이상 나와야 욕을 안 먹는 거냐”고 분노했다.
비슷한 경험담도 이어졌다. 촌캉스를 위해 청주 오송읍을 방문한 박 모(29) 씨는 “마트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기사들이 돈 벌기 힘든데 단거리 태우면 기분 좋겠냐’며 한숨을 쉬더라”고 토로했다. 부산을 찾은 대학생 이 모(22) 씨도 “김해 공항에서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택시 기사님이 한숨을 푹푹 쉬고 내릴 때까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며 “내 돈 내고 탔는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방 택시는 단거리 태우기 싫으면 왜 줄 서 있냐?”, “돈 벌기 힘든 거 알겠는데 손님한테 화풀이하는 건 아니지”, “택시 탈 때마다 스트레스 받는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교육해도 안 바뀐다” 지자체 골머리… 강력 처벌 나설까?
이 같은 불만이 커지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택시 기사 친절 교육을 강화하고, 불친절 민원 접수 시 강력한 행정 처분을 예고했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 기간이라 더욱 신경 쓰고 있다”며 “각 택시 회사에 친절 대응 및 내부 청결 유지 지침을 내렸고, 이를 어길 경우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주시청 역시 “택시 업계는 운수업이지만 관광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관광객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사들에게 친절 서비스를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친절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상 △승차 거부 △부당 요금 △합승 강요 △영수증 발급 거부 등의 행위는 여객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한 불친절은 당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규제하기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택시 산업을 서비스업의 일부로 보고 친절 교육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광택시처럼 관리해야” 전문가들 대안 제시
전문가들은 관광 도시에서는 ‘관광택시’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지방 관광지에서 택시는 여행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서비스다”라며 “첫인상이 중요한데, 불친절한 태도나 난폭 운전으로 관광 경험을 망치면 재방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관광택시로 운영되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투입해 친절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일반 택시 업계는 여전히 방치된 상태”라며 “관광업의 연장선에서 택시 기사들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