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그녀를 단순한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주최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MBC 청문회 촉구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바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근로자성' 여부였다. 현행법상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만약 오요안나 씨가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오 씨를 단순한 프리랜서가 아닌 MBC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MBC, 사실상 근로자로 통제"…비공식적 위계문화 드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홍세욱 법률사무소 바탕 대표변호사는 "MBC 기상캐스터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진정한 프리랜서는 업무 내용을 스스로 결정하고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오요안나 씨를 포함한 MBC 기상캐스터들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며, MBC의 운영 방식이 사실상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MBC가 기상캐스터들에게 ‘공채 기수’를 부여해 위계질서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비공식적이고 비제도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같은 프리랜서 신분인 기상캐스터가 오요안나 씨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퇴근 후에도 불러내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홍 변호사는 "MBC가 기상캐스터실이라는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는 등 사실상 부서 사무실처럼 운영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상캐스터들도 근로자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보호 사각지대"… '오요안나법' 필요성 대두
박정연 공인노무사회 부회장 역시 현행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프리랜서와 같은 비정형 근로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계약을 기반으로 적용되다 보니,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같은 비정규 노동자는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며, "이번 오요안나 씨 사건에서도 근로자성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국민의힘 측에서는 프리랜서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칭 ‘오요안나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이 발의되면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계약직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고용부 "MBC 특별근로감독 진행 중"…청문회 개최될까?
이날 토론회에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참석해,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밝혔다.
최관병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누가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번 감독 과정에서 근로자성 여부를 포함해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회에서 특별법을 발의해 준다면 입법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이며, ‘오요안나법’ 추진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김소희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MBC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루는 공식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