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서 ‘청각 정보 처리 장애(APD)’ 진단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BBC는 17일(현지 시간) 런던에 거주하는 25세 여성 소피의 사례를 통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헤드폰 사용이 APD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보도했다.
소피는 정상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말소리를 빠르게 해석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고 있다.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횡설수설하게 들리고,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조차 어려워 온라인 수업에서 자막을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병원 검사에서는 청력이 정상으로 나왔지만, 정밀 검사 끝에 APD 진단을 받았다. APD는 귀가 소리를 정상적으로 감지해도 뇌가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는 장애다. “식당이나 술집에 가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들린다”며 “소음 속에서 특정한 소리를 구별할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 “노이즈 캔슬링이 뇌의 청각 기능을 퇴화시킬 수 있다”
소피는 하루 최대 5시간 동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용 습관이 APD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영국 청각학회 클레어 벤튼 부회장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인위적인 환경을 만든다”며 “뇌가 소음을 걸러내려는 자연스러운 능력을 방해해 결국 청각 정보 처리 능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뇌의 청취 능력은 10대 후반까지 발달하는데, 이 시기에 지속적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기를 사용할 경우, 소음 속에서 말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임페리얼 칼리지 헬스케어 NHS 트러스트의 청각학 임상 책임자 르네 알메이다 역시 “청각과 청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소리를 듣는 능력을 무뎌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폰 사용 습관, 바꿔야 할 때?
청각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APD 진단 사례가 증가하는 점을 들어, 노이즈 캔슬링 기기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PD 전문가 안젤라 알렉산더 박사는 “16세 미만 아동의 APD 클리닉 검사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노이즈 캔슬링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청각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PD를 예방하기 위해 ▲이어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외부 소음을 들을 수 있는 ‘주변음 허용’ 모드를 사용할 것 ▲귀를 완전히 막지 않는 이어폰을 착용할 것을 권장했다.
누리꾼들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제는 이어폰도 조심해야 하네”, “노이즈 캔슬링이 이렇게 위험할 줄 몰랐다”, “헤드폰 없이 못 사는데 큰일이다”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