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미국 인텔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일부 사업 부문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미국 브로드컴이 인텔의 칩 설계 및 마케팅 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로드컴이 인텔의 특정 사업 부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자문단과 비공식적으로 입찰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브로드컴은 인텔이 제조 부문에서 협력사를 찾는 경우에만 인수 제안을 할 계획이며, 아직 공식적인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제조와 설계를 분리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WSJ는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인텔이 두 개의 독립된 기업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인텔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이야”, “반도체 업계 지각변동 오겠네”, “미국 반도체의 자존심이 흔들린다”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TSMC도 인텔 공장 지분 인수 검토? 트럼프 행정부 개입 가능성
한편, 대만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도 인텔의 공장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뉴스는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TSMC가 인텔 공장 운영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WSJ는 브로드컴과 TSMC가 서로 협력 관계가 아니며, 개별적으로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공식적인 제안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백악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이 인텔 공장을 운영하는 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인텔, CEO 공석 속 내부 혼란… 매각 결정이 임무 될 수
인텔은 현재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공석인 상태다. 지난해 말 팻 겔싱어 CEO가 물러난 뒤 후임자를 물색 중인데, 새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어떤 사업 부문을 지킬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WSJ는 인텔 이사회 프랭크 예어리 임시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인텔이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업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TSMC의 인텔 공장 인수, 현실 가능성은 낮다?
TSMC가 인텔 공장을 인수할 경우 기술적·운영상 문제도 만만치 않다. TSMC가 인텔 공장에서 최첨단 칩을 생산하려면 기존 설비를 대대적으로 교체해야 하며,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관이 예상된다. 또한 미국 내 숙련된 반도체 엔지니어를 대거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 매체 연합보는 “TSMC의 외국인 주주들이 인텔과의 협력에 반대하고 있어, 주주총회에서 인수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TSMC의 지분 70% 이상을 외국인 주주가 보유하고 있어, 기업 차원에서의 결정만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편, 인텔은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을 분사해 새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지분 다수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다.
현재까지 브로드컴과 TSMC의 인수 논의는 비공식적인 단계지만, 만약 계약이 성사된다면 미국 반도체 업계의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