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정부 ‘집단 합의’ 추진 .. "책임 떠넘기기 논란"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기업과 피해자 간 집단 합의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하고, 국회의 참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책임을 국회로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환경부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 방향을 보고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가 합의를 희망할 경우 기업·피해자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참여하는 집단 합의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이를 뒷받침할 재원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민간 차원의 집단 합의 시도가 실패한 전례가 있어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1년 피해자 단체 13곳과 기업 6곳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 4월 지원금 분담안을 담은 조정안을 도출했지만,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비용 부담(60%)에 동의하지 않아 최종 무산됐다. 

이후 지난해 6월 대법원이 국가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환경부는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집단 합의 거버넌스 구성을 본격 검토하게 됐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 3명에게 국가가 300만~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국회의 참여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집단 합의와 관련된 입법과 예산 확보에는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자·기업과의 합의 과정에서 국회가 제도화 역할을 맡아야 예산 집행과 기업에 대한 구속력이 확보된다”며 “2021년 조정위원회 당시에도 피해자 단체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내부에서는 환경부의 이 같은 요청이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환경부가 충분한 책임 의식 없이 성급하게 안을 내놓은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국회가 직접 조정위원회에 참여하라는 요청이 아니라, 집단 합의의 후속 조치와 제도적 지원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 소요 재원 추계를 6월까지 완료하고, 정부와 기업 간 적정 분담 비율과 피해자 지원 제도를 반영한 가습기살균제특별법 개정안도 하반기에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5846명에 달한다. 환경부는 집단 합의에 참여하지 않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치료비, 요양생활수당, 간병비 등을 지원하는 현행 피해구제 방안을 지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