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청 아나운서 면접에서 춤 강요, 지원자들 '치욕스러웠다' 논란

 강북구청이 최근 진행한 아나운서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갑작스럽게 춤을 추도록 요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 아이돌 그룹 TWS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 맞춰 춤을 추게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16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강북구청은 지난 2월 ‘2025년 서울 매력일자리 아나운서·영상미디어 전문가 채용’ 면접에서 춤을 추는 전형을 실시했다. 강북구청 측은 “채용 공고에 명시된 ‘유튜브 출연’과 관련된 평가로, 직무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지원자들은 “사전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원자들 "이게 면접이냐? 치욕스러웠다"

면접은 △자기소개·지원동기 △현장 리포팅 △유튜브 출연자·위기 대응 능력 검증 △개별 질문 순으로 진행됐고, ‘위기 대응 능력 검증’ 과정에서 춤을 추는 항목이 포함됐다. 면접관들은 “위기 대처 능력을 보기 위함이며, 춰도 되고 안 춰도 된다”고 했지만, 지원자들은 “춤을 추지 않으면 탈락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지원자 A씨는 “우리는 모두 춤을 췄고, 옆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다”며 “면접이 끝나고 너무 치욕스러웠다. 아나운서를 뽑는 건지 연예인을 뽑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원자 B씨는 “아나운서에게 위기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는 건 맞지만, 춤을 추는 것이 업무에 필요한지는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원자 C씨 역시 “심사위원들도 민망한 듯 ‘아나운서 뽑는데 별걸 다 시킨다’며 웃었다”며 “열심히 춤을 추면 붙을 수 있을 거란 생각만 했는데, 합격해도 이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 생각하니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강북구청 "유튜브 채널 출연 때문" 해명… 지원자들은 반박

논란이 커지자 강북구청 측은 “아나운서로 선발되면 구청 유튜브 채널의 메인 콘텐츠 ‘구립 아이돌’에 출연하게 되기 때문에 춤을 추는 과정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공고문에도 ‘공식 유튜브 기획·출연’이 명시되어 있다”며 “구청 홍보용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콘텐츠가 포함된 만큼, 선발된 아나운서가 해당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채용 공고에는 유튜브 출연 내용만 언급되어 있었을 뿐, 춤을 추고 아이돌 활동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강북구청 유튜브 채널이 두 개인데, 어느 채널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사전 고지가 없었다”며 “아이돌 활동을 하는 채널에 출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C씨 또한 “우대사항에 춤과 노래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고, 주 업무는 행사 진행으로 되어 있었다”며 “유튜브 출연이라고만 되어 있었지, 춤을 춰야 하는 건 몰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 "부적절한 면접 방식…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지원자들에게 사전 정보 없이 춤을 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평가 방식”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면접관의 요구로 춤을 추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며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는 말은 사실상 하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 역시 “아나운서가 위기 상황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결합한 ‘아나테이너’를 원한다면, 절차를 공식화하고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