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전 DGB금융 회장, 캄보디아 뇌물 혐의 2심서 유죄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의 로비 자금을 제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전 DGB금융지주 회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며 법정구속을 면했다.

19일 대구고법 형사2부(정승규 부장판사)는 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A 전 글로벌본부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B 전 글로벌사업부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C 전 캄보디아 현지법인 DGB 특수은행 부행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금융기관 수장이라면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집행유예라니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혔다는 건 증거가 확실하다는 거네”,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불법 로비가 여전히 통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는 “이번 범행이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더라도, 인허가 절차에서 현지 공무원에게 로비 자금을 제공한 행위는 그 자체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중대한 범죄”라며 “결과적으로 DGB 특수은행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금융기관 임직원으로서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특히, 300만 달러가 부동산 매매 대금으로 위장된 사실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과 텔레그램 대화 등 증거를 종합해보면 해당 자금이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총리실 관계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과 관련 임직원들은 2020년 4월부터 10월 사이, 캄보디아 현지법인 DGB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전달할 로비 자금 350만 달러(약 41억 원)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로 2021년 6월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부동산 매매 대금을 부풀려 300만 달러를 부동산 거래 자금으로 위장해 브로커에게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앞서 1심에서는 피고인들이 국제상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이를 뒤집고 유죄가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