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형 AI 챗봇 ‘그록3’를 전격 공개했다. 전기차와 재사용 우주발사체 시장을 선도하며 ‘머스크 제국’을 건설한 그가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었던 AI 분야에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 중국의 딥시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머스크는 그록3를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AI”라고 자평하며 시장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18일(현지시간) 머스크는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xAI 엔지니어와 함께 그록3를 공개했다. 그는 “그록2보다 10배 높은 연산력이 투입됐다”며 “법원 판례 등 광범위한 문서를 학습해 논리적 사고와 응답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xAI에 따르면 그록3는 엔비디아 H100 GPU 10만 개를 장착한 ‘콜로서스’ 슈퍼컴퓨터에서 2억 시간 동안 데이터를 학습한 끝에 탄생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머스크가 AI에서도 왕좌를 차지하려는 건가?”, “10배 성능 향상이라니 기대된다”, “오픈AI와 한판 붙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드러냈다.
성능 평가에서도 그록3는 경쟁 모델을 압도했다. xAI는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2024 문제를 기반으로 주요 AI 모델을 평가한 결과, 딥시크 V3는 정답률 39%, 앤스로픽 클로드 3.5 소네트는 26%, 오픈AI의 GPT-4o는 50%를 기록한 반면, 그록3는 52%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과학 관련 벤치마크 ‘GPQA’에서도 V3는 59%, 클로드 3.5 소네트는 65%, GPT-4o는 50%의 정답률을 기록했지만, 그록3는 무려 75%에 달했다.
머스크는 그록3를 기반으로 한 연구자용 AI 에이전트 ‘딥서치’도 공개했다. 딥서치는 엔지니어와 연구자, 과학자들이 코딩과 연구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1시간 걸릴 작업을 10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오픈AI의 ‘딥리서치’를 정조준한 것으로, 머스크의 AI 시장 내 주도권 탈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xAI는 그록3를 X 유료 멤버십 ‘프리미엄 플러스’(월 2만9000원, 연 30만 원) 구독자에게 우선 제공한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AI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오픈AI와의 악연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과거 오픈AI의 공동 창립자로 참여했으나, 비영리 조직이던 오픈AI가 상업화를 추진하자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하며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최근에는 오픈AI의 자산을 974억 달러(약 130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경쟁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AI 업계는 그록3의 등장을 두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AI 전문가 관계자는 “그록3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머스크의 X, 뉴럴링크, 스페이스X 등과 결합해 ‘머스크 제국’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이날 생방송 말미에 “약 1주일 후 그록3에 음성 어시스턴트 모드를 추가하고, 2년 내 스페이스X 시스템에도 그록 AI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