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점검을 마친 20대 안전 점검업체 직원이 홀로 다시 승강기에 올라탔다가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회사 측의 추가 점검 지시나 주민의 민원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숨진 직원 A씨(29)가 사고 직전까지 승강기를 다시 점검하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저녁 7시 30분쯤 수원시 영통구의 한 25층짜리 아파트에서 A씨가 승강기 통로 지하 1층으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고 당일 오전 2인 1조로 동료와 함께 승강기 점검을 마쳤고, 오후 1시 10분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동료와 회사 측이 주거지와 사무실을 찾아 행적을 추적했으며, 결국 오후 6시 50분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A씨, 왜 홀로 승강기에 다시 올랐나?
경찰과 소방당국이 아파트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오전에 점검을 마친 승강기로 다시 돌아가 혼자 탑승한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승강기를 24층에 정지시킨 후 25층에서 승강기 상단으로 올라갔다. 이 방식은 점검 매뉴얼에 따른 일반적인 수리 절차이긴 하지만, 문제는 A씨가 회사의 공식 지시 없이 혼자 이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해당 승강기는 오전 점검에서 이미 문 여닫이 문제에 대한 수리를 마친 상태였으며, A씨가 굳이 다시 점검할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승강기 내부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모습이 내부 CCTV에 담겼다”며 “누구의 지시도 없이 추가 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회사 지시 없었다? 노동계 "2인 1조 원칙 지켜졌나"
경찰 조사에서 회사나 동료의 추가 점검 요청, 주민들의 반복적인 민원 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A씨가 자발적으로 다시 점검을 진행했다면, 이는 회사의 공식적인 감독권을 벗어난 행위가 된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사고의 본질이 ‘부실한 안전 관리’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승강기 점검은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독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서류상으로는 2인 1조로 신고되지만, 현장에서는 혼자 작업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회사가 2인 1조 원칙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왜 혼자서 다시 점검했을까?”, “안전 관리가 제대로 안 됐던 것 아닌가?”, “2인 1조 원칙을 어긴 게 문제라면 회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경찰은 A씨가 왜 다시 승강기에 올랐는지, 당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한, 회사가 점검 근무를 제대로 운영했는지, 2인 1조 원칙이 현장에서 준수됐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