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꿈과 환상의 나라’로 불렸던 디즈니 월드가 방문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오른 이용료가 부담이 되면서, 충성도 높은 단골 고객마저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분석업체 *투어링 플랜(Touring Plans)*의 자료를 인용해 "두 자녀를 둔 가족이 디즈니 월드에서 4일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4266달러(약 622만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5년 전(2018년) 3230달러(약 471만 원)보다 44%나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은 ‘패스트 패스(FastPass)’ 등 과거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들이 유료화되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특정 놀이기구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트 패스’를 도입했는데, 이 티켓의 가격이 등급에 따라 137.39달러(약 20만 원)에서 478.19달러(약 69만 원)까지 책정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
"디즈니 가려고 빚까지?"… 美 중산층도 ‘포기 선언’
디즈니 여행이 점점 더 사치가 되면서, 미국 내 많은 가정이 다른 여행지를 찾기 시작했다. 투어링 플랜의 분석에 따르면, 부모 2명이 자녀 1명을 데리고 디즈니를 방문하는 비용이 미국 소득 하위 40% 가구의 연간 여행 예산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대출 업체 *렌딩트리(LendingTree)*가 지난해 6월 미국 내 2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디즈니 리조트를 방문한 사람 중 45%가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빚을 졌다고 응답했다.
디즈니의 오랜 단골이었던 댄 맥카티 가족도 결국 디즈니를 떠났다. 매년 한 번 이상 디즈니 월드를 찾았던 이 가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즈니 멤버십을 팔고, 대신 네덜란드에서 3주 동안 여행을 즐겼다. 맥카티는 "이제 디즈니는 비용 대비 가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누리꾼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어릴 때 부모님이 데려갔던 디즈니, 이제 내 아이한테는 사치가 됐다", "패스트 패스까지 돈 받는 거 실화냐?", "차라리 유럽 여행이 더 싸게 먹힐 듯"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방문객 감소 현실화… 디즈니 전체 실적에도 '빨간불'
디즈니 측은 "가격 상승이 과장됐다"며 반박했다. 회사 측은 "가을 시즌 기준, 4인 가족이 4일간 디즈니 월드를 방문하는 데 드는 최소 비용은 3026달러(약 442만 원)"라며 "패스트 패스를 구매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내 디즈니 월드 방문객 수는 2023년 회계연도 기준 1%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 6% 증가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준, 테마파크를 포함한 ‘익스피리언스’ 부문의 수익은 31억 달러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미국 내 디즈니 테마파크 방문객 수는 2% 감소했다. 디즈니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가 테마파크를 포함한 익스피리언스 부문에서 나오는 만큼, 이는 그룹의 실적에도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디즈니, 미래 고객 잃을 수도… "제 살 깎아먹기 시작했다"
관광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점점 미래 고객을 잃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젊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테마파크 분석업체 투어링 플랜의 창립자 렌 테스타는 "디즈니는 이제 제 살을 깎아먹기 시작했다"며 "높은 가격 정책이 장기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꿈과 환상의 나라’에서 ‘부담과 고민의 나라’가 되어가는 디즈니 월드, 과연 다시 방문객들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