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13세 소녀가 초콜릿을 훔쳤다는 이유로 고용주 부부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해자인 이크라(Iqra)는 8살 때부터 하녀로 일해왔으며, 사건 당시 월급은 고작 23달러(약 3만2000원)에 불과했다.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 라왈핀디에서 발생했다. 이크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의 예비 조사 결과, 소녀는 장기간 고문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확보한 사진과 동영상에는 다리와 팔의 다발성 골절과 머리에 난 중상 등 끔찍한 학대 흔적이 선명했다.
누리꾼들은 “초콜릿 하나 때문에 아이를 죽이다니, 인간이 맞나?”, “고작 몇 천 원어치 과자 때문에 생명이 사라졌다”, “이런 일이 아직도 벌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SNS에서는 '#JusticeforIqra(이크라를 위한 정의)'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되며 파키스탄 내 아동 노동과 가사 노동자 학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크라는 가난에 떠밀려 8살 때부터 하녀 생활을 시작했다. 아버지 사나 울라는 “이크라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지난 5일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몇 분 뒤 숨을 거뒀다”고 오열했다. 45세의 농부인 그는 생활고로 인해 딸을 고용주 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8명의 자녀를 둔 고용주 라시드 샤피크와 그의 아내 사나로 밝혀졌다. 이들과 함께 일했던 쿠란 교사도 사건과 관련해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교사는 이크라를 병원에 데려온 뒤 “아버지는 사망했고, 어머니는 없다”고 거짓말을 한 후 자리를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이 법정에서 제대로 처벌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파키스탄에서는 피해자 가족이 용의자를 용서하면 형사 처벌이 면제되는 법적 구조 때문이다. 대개 재정적 보상이 오가며, 합의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파키스탄 네티즌은 “이건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일회용처럼 대하는 시스템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약 330만 명의 어린이가 아동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는 850만 명에 달하는 가사 노동자 중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 소녀라고 밝혔다. 인권운동가 셰르 바노는 “이크라의 죽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아동 노동과 폭력을 근절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이크라가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크라의 아버지는 “딸의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처벌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이번 사건이 파키스탄 내 아동노동과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