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초콜릿 시장이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초콜릿의 핵심 원료인 코코아 재고가 바닥나면서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비상 상황에 돌입한 것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코코아 거래 시장인 뉴욕과 런던에서 코코아 재고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의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 시장에서 가용 가능한 코코아 재고는 불과 2만1천t에 불과한데, 이는 1년 전 10만t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세다. 뉴욕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자재 중개회사 마렉스의 조너선 파크먼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작은 규모”라며, 뉴욕 창고의 코코아 총재고도 9만t 수준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동안 코코아 소유주들은 선물 계약 이행을 위해 주로 카메룬·나이지리아산 코코아를 거래소 창고에 보관해왔다. 하지만 재고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마저도 급감하는 추세다.
코코아 가격 ‘폭등’… 초콜릿 업계 ‘비상’
초콜릿 업계는 가뜩이나 코코아 가격 상승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컸다. 주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흉작이 이어지면서 2023년부터 코코아 가격이 무려 3배나 올랐고, 지난해 12월에는 50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가격이 고점 대비 20%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급 우려는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초콜릿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과 제품 용량 축소에 나섰다. 투자은행 웰스파고에 따르면, 올해 밸런타인데이 기간 동안 미국 내 초콜릿 소매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20% 상승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이제 초콜릿도 금값이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선물하는 것도 사치가 되겠어”, “용량 줄어든 거 속지 말고 확인 잘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합성 초콜릿 등장? 대체재 찾는 초콜릿 업체들
초콜릿 제조사들은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코코아 함량을 낮추고 대체재를 찾고 있다. FT에 따르면, 코코아버터·코코아액으로 만드는 일반적인 초콜릿과 달리, 최근 기업들은 인조 지방을 섞은 코코아파우더로 만든 ‘합성 초콜릿’ 생산을 늘리는 중이다.
실제로 원료 공급업체 후지오일 측은 “산업용 초콜릿 판매량은 줄었지만, 합성 초콜릿의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초콜릿에 가짜 원료 넣는 거 아냐?”, “예전 같은 초콜릿 맛을 못 볼 것 같다”, “가격은 비싸지고 품질은 떨어지고… 초콜릿도 망했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초콜릿 대란’ 현실화되나
전문가들은 이번 코코아 재고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크먼은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신제품의 코코아 함량을 줄이고, 코코아 지방보다 저렴한 대체 원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초콜릿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기존의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으로 초콜릿 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