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앞바다 ‘해적단’ 습격, 해경은 강 건너 불구경?

 경남 창원시 진해구 명동 앞바다.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이유는 바로 ‘해적단’이라 불리는 조직적인 절도범들 때문이다. 지난 15일 저녁, 명동어촌계 김상훈(59) 계장은 어민들의 다급한 신고를 받고 곧장 바다로 향했다. 

도착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어민들이 키운 조개를 훔쳐 달아나는 해적단과,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쫓는 어민들의 처절한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해적단의 배는 속도가 빨랐다. 3척의 어선으로 10척에 달하는 해적단 배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잡겠다”는 김 계장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적들은 또다시 바닷속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고속 엔진 장착’ 해적단, 조직적 범죄에 어민들 무기력
진해 앞바다를 점령한 해적단은 단순한 도둑이 아니었다. 3t급 소형 어선에 고출력 엔진을 장착해 보통 어선보다 3~4배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게다가 역할 분담까지 철저했다. 누군가는 어장을 감시하고, 누군가는 조개를 채취하는 식으로 ‘해상 조폭’처럼 움직였다. 

어민 황원(52) 경화어촌계장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어민들이 정성껏 키운 조개를 해적단이 저녁만 되면 싹 쓸어가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면 이게 해적단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해적단이 사라진 자리에는 수많은 피조개, 꼬막 등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다. 

오직 비싼 값이 나가는 ‘새조개’만 골라 훔쳐간다는 점에서 그들의 범죄는 더욱 교묘하고 계획적이었다.


수십억 피해에도 해경 ‘강 건너 불구경’? 어민들 분통
현재까지 어민들이 추산하는 피해액만 해도 수십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해경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어민은 “해경에 신고하면 피해 어민이 증거를 직접 가져오라고 한다. 도대체 우리가 해경보다 더 열심히 잡아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해경과 해적단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아무리 신고해도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유착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어민들은 14개 어촌계가 돌아가며 ‘해적단 소탕 작전 비상경계 근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적단은 고속 어선을 이용해 빠르게 도망가고, 어민들은 나이가 많아 대항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해적단과의 전쟁,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진해 앞바다는 더 이상 평화로운 생계의 터전이 아니다. 밤이면 밤마다 해적단이 나타나고, 어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고 있다. 해경이 "해적단 검거를 위해 수사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건 바다가 아니라, 어민들의 생계와 안전이다"라는 말처럼, 정부와 해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진해 앞바다는 앞으로도 해적단이 활개 치는 무법지대로 전락할지 모른다.